본문 바로가기
크리의 일상

단유 후 첫 맥주 들이켰습니다.

by 김크리크리 2020. 4. 6.

오늘은 저의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날입니다.

단유 후 처음으로 맥주 먹는 날이었거든요.

유후! 

 

임신으로 인해, 그리고 출산 후 모유 수유로 인해 자연스럽게 금주하게 된지 벌써 14개월째 이네요.

저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써 퇴근 후 먹는 맥주 한잔이 너무 그리웠어요.

아시죠? 여름에는 물보다 맥주가 더 시원하다는 것을.

공복에 맥주 한잔 마셨을 때 온 몸으로 퍼지는 그 차갑고 알싸한 맛이 너무 고팠습니다. 

 

하지만 임신, 수유 중 술을 마시는 것은 아기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에 입에도 대지 않았어요.

이런게 모성애 이겠죠? 남편은 제가 술을 너무 좋아했기에 혹시나 임신 중에 마실까봐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저에게 임신 중 술을 마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요. 남자들은 엄마들의 모성애를 과소평가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모유 수유가 끝나고 마트에서 맥주를 샀습니다. (수입맥주 8캔에 11,800원 행사해서 샀어요.)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과 한자리에 모여 맥주캔을 땄습니다. 단유 후 처음으로 먹는 맥주는 남편과 함께하고 싶었어요.

그 이유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제 남편도 많은 고생을 했으니까요. 

제가 술을 먹지 않고 지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남편이 제일 잘 아니까요.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의 아빠니까요. 아이들을 재우고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제 남편은 술을 좋아하지 않고 잘 못해요. 제가 먹자고 하지 않으면 술 찾는일이 없는 사람입니다. 

 

 

저희 집의 술상이예요. 조졸하죠?

안주는 각자 먹고싶은 것으로 차렸어요. 야채와 리코타 셀러드는 제가 선택했고요.(다이어트를 위해 그나마 칼로리 적은것으로 선택) 초코딸기 케익은 남편의 선택 입니다. 

맥주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입맥주 할인해서 샀는데 맛이 좋았어요! 

 

 

왼쪽 : 벨기에 맥주 레페 (Leffe) 흑맥주 브라운 (Brune) 

다른 흑맥주들처럼 무겁지만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아요. 레페는 설탕맛이라고 알려져 있는것처럼 단맛도 있고 부드러워서 잘 넘어갑니다. 처음 마시면 단맛이 먼저 느껴지고 이어지는 톡 쏘는 약간의 탄산맛, 그리고 씁쓸한 맛이 느껴져요. 술을 잘 모르는 제 남편은 "여기에서 달고나 맛이 나는데?" 그랬어요. 흑맥주가 가지고 있는 탄맛과 레페의 단맛이 조화를 이루어 달고나 맛처럼 느껴지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전 달고나 맛이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오른쪽 : 아르헨티나 맥주 파타고니아 비아세 (Patagonia Weisse) 

'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 지방의 이름을 딴 맥주 브랜드로 맥주 한 상자가 소비될 때마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브랜드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 맥주는 캔의 푸른색 그림처럼 시원하고 상큼했어요. 찾아보니 오렌지, 레몬, 파인애플 향이 어울어져 있다고 하네요. 저는 맛에 무딘 편이어서 그런가 잘 느끼지는 못했지만 가볍게 먹기에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맛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한 캔을 다 먹었을 때 쯤에는 맥주 향이 잘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제가 절대 취한 상태는 아니였습니다.) 그만큼 향이 조금 약하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저는 술을 즐겨 먹는 사람이지 맛을 평가하는 사람은 아니니 저의 맥주 맛 후기는 참고만 해주세요. 

 

이렇게 한 캔씩 먹으며 이야기 하다보니 저녁 시간이 후딱 지나가더라구요. 이런게 사는 맛 아니겠어요?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소소한 일상이 소중해 집니다. 봄이면 사람들과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차 마시던 일상,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하고 백화첨에 가서 쇼핑하던 일상, 아무 꺼리낌 없이 이웃을 만날 수 있었던 일상.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순간 순간을 더 소중히 생각하며 지내고 있어요. 

 

오늘의 이 이벤트는 어떻게 보면 임신, 출산, 수유로 인해 가질 수 있었던 단 한번만 오는 맥주 한캔의 행복 입니다. 

다음에는 두캔 먹으려구요. 처음부터 무리하면 안되니까 한캔으로 마무리 했습니다. 

 

 

 

 

 

댓글